5월 애
5월 애
눈보다 시린 새하얀 목련이 피었다 지는 어느 봄 날,
꾸역꾸역 따라나선 청춘의 꿈들을 기차역 대합실 한 켠에 놓아두고
차마 바라볼 수조차 없는 당신의 눈을 피하여 올려다 본
찻간 천정에선 마른 물방울이 주루룩 떨어져 내리더라.
그렇게하여 떠난 내 기억속의 새하얀 봄 날,
차마 꺼내어 보지도 못한 말들이 가슴속 하얀 먼지가 되어
겨울은 그렇게 묻었다.
누군가 물어볼까봐 말문을 닫아걸고
이미 잔잔해진 심장 저 너머 화석이 되어버린 너조차
언제 터져버릴지 모르는 화산처럼 어둠속에 가두고
이번엔 네가 아닌 내가 꾸역꾸역
열차역 대합실 한 켠으로 돌아와 두리번
주위를 살핀다.
봄은 또 그렇게 나를 맞는다.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봐 나이든 분장을 하고 머리엔 염색을 하고
이미 익숙해져 버린 짐짓 가식의 시선조차 한 번 더
웃음으로 리허설을 한다.
아직 채 봉인되지 못한 하얀 흔적들을 간신히 피하여 돌아서면
우두커니 멈추어 서버린 시간 앞에
이제는 내가 너처럼 하얀 흔적이 되어 서있다.
봄은 또 그렇게 나를 묻는다.
*애 : 腸(창자), 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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