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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유탄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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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악사
작성일 2012-08-25 (토)
ㆍ추천: 0  ㆍ조회: 1793      
IP: 125.xxx.236
여름의 끝자락 유탄에 맞다

유난히도 늦게까지 기승을 부리던 불볕더위의 기세가 한 풀 꺾여갈 즈음, 나는 온 몸에 올라오는 열기를 주체할 수 없어 연신 , 더워! , 더워!”를 내뱉고 있다. 밖에는 주접주접 내리던 비가 어느새 시원스레 빗줄기를 쏟아 붓고, 시원한 바람이 시원스런 배경음을 대동하고 요란스레 창문을 넘어 내게로 밀려오지만, 내 온 몸에 가득한 열기를 식혀주진 못한다.

, 더워! ! 더워 죽겠다

이렇게 시원한데 뭐가 덥다고 야단이야

아빠, 안 더운데... 이젠, 시원한데...”

정말 그러냐? 너희들은 안 덥냐? 근데 나는 와 이래 덥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내와 아이들의 핀잔 아닌 핀잔과 마주한 나는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나는 더운데...”를 방백처럼 흘리고는 자리를 피한다. 더위를 먹었음에 틀림없다. 한껏 기세를 떨치던 불볕더위가 어디선가 날아든 한 마리 가을잠자리 앞에 한껏 당당하던 기세가 꺾여지고, 높아진 하늘 아래 고개를 숙여갈 즈음, 나는 여름의 마지막 유탄을 맞은 것이다. 아팠다. 많이 아팠다. 지난밤도 그저께 밤도 통 잠을 이루지 못했고, 급기야 다크써클이 코에 걸렸다.

며칠 전, 이미 오래 전 잊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카톡 한 통을 받았다. 카스에 가족들이랑 찍은 사진을 가끔씩 올려놓아서 재미있게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잊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잘 지내냐며, 자신이 이번 생활수기 공모에 글을 올려볼까 하는데, 한 번 읽어보고 교정, 편집 좀 부탁해도 될까?’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반갑고도 미안함, 이런 저런 만감을 교차하며, 메일로 한 번 넣어봐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메일을 보냈다는 메시지를 받고도, 개학 일을 앞두고 발등에 불 떨어진 애들 방학숙제를 돕느라 한참 동안 보내준 메일을 열어보지 못했다. 실은 애들 밀린 방학 숙제를 돕느라고 멜을 열어보지 못했다는 말은 핑계였는지도 모르겠다. 지인의 메일 속에 아니, 잠시 잊고 지냈던 지인의 삶의 뚜껑 속에 무슨 판도라가 숨겨져 있을까 나는 두려웠던 것이다. 내 삶이 힘들어 돌아보지 못한 지난 내 주변의 이야기가 무서웠던게다. 나와 약관 이립의 청춘을 동문한 지인의 끈질긴 불행의 숙명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함께했어도 늘 함께할 수 없었던 마음이 짠했던 사람... 생각을 돌려보려 갖은 몸부림을 쳐본다. 그러다가 그나마 급한 큰 애의 급한 불 하나를 끝내갈 무렵, 응모기한이 이번 주 금요일인데 그 전에는 보내고 싶다는, 지인의 말을 떠올리곤 보내온 메일을 열어보기로 용기를 내어본다. 차를 몰고 한적한 공원으로 갔다. 공원 모퉁이 벤치에 앉아 뽑아온 자판기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전화를 한 번 넣어볼까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그만 전화기를 덮었다. ‘그래, 보내온 글이라도 한 번 읽어보고 전화라도 하자이렇게 결심을 굳이고는 딱풀을 발라놓은 듯 붙잡아 메는 무거운 도심의 포도를 뚜벅뚜덕 차와 나는 걸어서 돌아왔다.

열어보기 전에 먼저, 보낼 답장 덧글의 첫 구절을 이렇게 적었다. “감히, 잠시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두고 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 한다. 이제 막 용기를 내었고, 감히 무슨 말이던 하려 한다.”라고. 사이트에 접속 파일을 다운받고, 파일을 열었다. 암호가 걸려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핑계거리 하나는 생겼으니 말이다. 그냥 닫아버렸다. 다시 나는, 발걸음을 잡아당기는 공원 모퉁이 벤치로 15분인 거리를 10분에 달려 앉아 있다. 파아란 배경하늘에 레이어1 하얀 구름이 떠있고, 레이어2 회색 구름이 그 위를 흘러간다. 산 허리춤에 숨은 태양이 그 뒤로 살며시 은은한 조명을 비추고 있다. 누구에게라도 보여주고 싶은 장관, 사진에라도 담아둘까라고 생각하다가 그냥 가만히 내 눈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다른 이들은 별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할 풍경들임을 내 기억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둠을 기다렸다. 어둠이 다시 나의 발걸음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저녁은?” 이라는 아내의 말에

속이 좀 안좋아서 그냥...”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준비한 저녁 찬거리들을 주섬주섬 냉장고 속으로 챙겨 넣는 아내의 모습이 조금은 야속기도 하다. 한 번만 더 물어봐도 좋을 걸... ‘아내는 엄마처럼 북어국을 끓여주지 않는다란 요즘 한 창 장안의 화제인 광고 대사 한 마디가 떠오른다. 이 얼마나 실감나는 현실인가! 그렇다 아내는 엄마가 아니고 아내다. 북어국을 끓여 줄 내 아이들의 엄마고, 북어국을 끓여주어야 할 자격이 있는 남편인지를 평가하는 사람 아닌가! 개학을 앞두고도 방학 때 늦은 잠 습관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딩굴딩굴인, 그래도 마냥 나를 반기며 메달리는 딸애의 재롱에,

오늘 재미있었나~?”

그렇습니다~람쥐

꺾기도 한 판으로 마음을 달래 본다.

온통 실타래처럼 엉켜진 생각들을 비워보려 욕실에서 한바가지 찬물을 뒤집어쓰고는 들어와 잠을 청해보려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는 잠이란 생리가 들어오기엔 너무도 환하다. 몇 번을 뒤척이다. 다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컴을 켠다. 폰을 꺼내들고 지인이 보내온 메시지를 다시 읽어본다. 망설임 없이

ㅁㅇ, 어젠, 일이 좀 있어서 새벽까지 늦게 있느라 멜을 확인 못했다. 그런데 막 열어보니 파일에 암호가 걸렸네?”

밀림 속에서 길을 헤매다 길을 맞이한 것마냥 결연한 행동이 순간적으로 뛰쳐나가버린 셈이다. 어차피 잘 한 일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을 즈음, “삐리리~카톡 메시지 울림음이 들린다.

~ 그래, 비번 **********이다란 문자가 찍혀 있다. 어디서 참 눈에 많이 익은 번호다.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기억을 찾아 헤매다

~~~~~~~~~~~~~~~!“

탄식을 하고 말았다. 지인의 학번이다. 학생운동에 미온적이었던 몇몇의 우리들을, 설득력 있는 화법과 결연한 어조, 정감이 있는 감성으로 자신을 봐서 참석해달라며 호소하던, 그리하여 참석하여 뒤따르던 우리들은 산자의 무리, 그는 앞서서 나가는 용기 있는 자의 무리였다.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 그랬구나! 아직도 학번을 기억하고 쓰고 있다니...“

울컥 무언가가 가슴에 덩어리채 맺혔다. 오래전 아는 다른 지인으로부터 지인의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그때도 마음이 울컥했었다. 지인이 부동산 중개 일을 시작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중개 일을 하나 사기는 치지 말아야 되는데, 경매물 같은 건 손 안대~. 타인의 불행 위에 숟가락 올려놓고 싶은 마음 없거든이라고. 역시 그 다운 말이라 생각했었다. 아직도 그는 그였다.

파일을 불러와 암호를 입력하고 파일을 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의 끈질긴 불행의 역사는 단 한 줄의 문장 속에 압축 봉인처리 되어있었고, A4 7쪽의 분량은 모두 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간의 일들로 채워져 있었다.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차마 눈이 떼어지지가 않아서 끝까지 읽고 또 읽었다. 누가 감성은 눈으로부터 온다고 했던가! 눈이 먼저 느끼고 지랄이다. 붉어졌다가 급기야 주르르 물방울을 굴렸다. 애써 참으려 혀를 깨물어도 본다. 소용이 없다. 애쓰면 애쓸수록 이미 주르륵 쏟아져 버린 후의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만다. 멘붕, 이를 일러 신조어로 멘붕이라 말하든가?

한참을 멘붕 속을 헤매다 깨어났다. 시간은 벌써 시골이면 아침닭이 소리를 질렀을 시간, 정신을 가다듬고, 답장을 보낼 때 동봉하려했던 편지를 불러와 이렇게 수정을 한다.

<며칠 전, 시골에 계시는 팔순이 넘은 어머니께서 병원에 나오셨다 들어가시는 길에 배웅을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쏟아지더라.
아직은 아니라고 아직은 아니라고, 떨리며 애원하는 간절한 눈물이 자꾸 떨어져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래도 세월은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더라. 아프더라, 많이.
자식이 뭐라고? 한참을 되물었다.

네 글을 읽고, 감히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를...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그렇지만 잠시 무거운 마음 내려두고 감히, 네 글속에 들어서 보기로 용기를 냈다.

생활수기는 자신이 체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담백한 화법으로 그려내어,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일으키게 하는 글이다. 따라서 진솔하여야 하고 담백하고 간결한 화법과, 서사적(스토리) 구성요소가 가미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결론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문단을 나누어 소제목을 붙여 구성형식을 갖추었고, 원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문체를 담백하고 간결화시켰다.

감히, 네 글에 무슨 글의 기교나 구성이 더 필요할까마는, 많은 이의 가슴을 짠하게 울리겠다. 이미 독자 한 명의 마음을 울리고 있으니...  우리 모두 힘내서 행복하자. 많이 생각나네.> 라고.

다소 길게 늘어진 문장들을 문맥을 나누어서 정리하고, 나눈 문맥들에 소제목을 붙여 서사적(스토리) 구성요소를 가미하고, 문체를 담백하고 간결화 시키면서 다소 맞지 않는 문법적 요소들을 바로 잡고, 원문의 전체적인 내용과 감정을 살리면서 약간의 교정과 편집을 보았다.

그런 교,편집의 방향과 배경을 설명한 덧글을 첨부하고, 교정, 편집본 파일을 첨부, 멜을 훨훨 날려보냈다. 지인의 불행없는 세상을 꿈꾸며 나는 고목처럼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악몽속으로 다시 떨러졌다. 며칠만의 잠이라는 달콤한 악몽 속으로.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디, 다음 세상이 있다면 행복한 나라였음 좋겠다.


 



       
이름아이콘 특수교육.COM
2012-08-29 08:56
악사님, 심우도(尋牛圖)의 반본환원(返本還源)의 단계를 지나 입전수수(入纏垂手)의 경지에 이른 글을 보니 조만간에 또 한 권의 저작이 나올것으로 예상되네요^^
유난히도 무더웠던 이번 여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그리고 볼라벤 태풍 피해는 없으신지...
늘 그리워하며 살고 있습니당~
   
이름아이콘 윤영순
2012-09-02 16:26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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