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장애인복지정책 점수는?
통합사회 실현을 위한 제2차 5개년 계획
|
강종건 아산시장애인복지관 관장 |
이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는 5년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장애인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는 제3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제1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에 이어 지난 2003년 2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장애인단체대표 등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이 참여하는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가 범정부적 차원의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특히 제2차 5개년 계획은 “장애인이 대등한 시민으로 참여하는 통합사회 실현”이란 목표 아래 장애인복지향상, 특수교육강화, 고용확대, 정보화증진, 이동편의 확충, 사회적 인식개선, 추진체계 및 정보·통계인프라 구축 등의 7개 하위 목표와 125개의 세부과제를 설정하였다.
제2차 5개년 계획의 가장 큰 성과는 장애인정책 조정기능
또한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등 5개 부처가 해당 분야의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책으로서 그 실행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뒷받침해야 할 장애인정책을 정부조직의 어느 한 부처가 독점하게 했던 지난날의 인식과 관행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한 것 자체가 제2차 5개년 계획의 가장 커다란 변화이며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실, 장애인정책에 있어서 장애인의 교육과 직업, 이동과 편의시설, 정보화, 의료보장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정부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을 것이다. 아직 이들 5개 부처조차 부처별로 뒷받침해야 할 장애인문제의 소재에 대해서조차 여전히 낯설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애인정책을 보건복지부가 전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부터 장애차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이들 5개 정부부처 외의 다른 모든 부처까지 망라하여 그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조율해나갈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의 장애인정책 조정기능과 위상을 더 한층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제2차 5개년 계획은 미완성?
그러나 제2차 5개년 계획은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도 또한 적지 않았다. 계획대비 성과를 살펴보면, 양적으로는 대체로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애인 정보접근보장과 정보화증진을 위한 정책영역과 장애학생의 특수교육이나 통합교육을 통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영역에서 커다란 진전을 봤을 뿐 나머지 영역은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복지향상영역의 경우 계획기간의 마지막해인 200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장애수당과 장애아동부양수당을 대폭 인상하고 장애수당은 차상위계층까지 지원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공약사항으로서 장애인 소득보장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초장애인연금 도입은 논의만 무성했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장애인복지 변화의 주체는 장애인 당사자
비록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에관한법률,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등의 법령제정과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이 시행되는 등 장애인정책의 괄목할 만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부분 제2차 5개년 계획의 성과라기보다 장애인의 참여에 의한 것이었다. 이는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에 장애인단체 대표 등 민간위원의 참여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장애인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부족했다는 것을 말한다.
예산 뒷받침 없는 허구성 계획
오늘날 사회정책은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요청된다. 참여정부가 장애인정책의 수요자인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에 민감하지 못했던 것은 장애인복지예산을 살펴보면 더 분명해진다. 이는 구체적인 계수를 들지 않더라도 지난 2005년 장애인복지사업이 지방에 전격 이양되면서 예견됐던 문제이다. 예산은 정책당국의 의지라 할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복지예산을 증액하지 않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놓은 125개에 이르는 이행과제의 실행력을 어떻게 뒷받침하겠다는 것인지 처음부터 허구로 가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장애인정책의 수요자인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에 민감하려면 장애인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2% 이상은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미 지난 1월 21일 정부부처예산을 10% 삭감하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지침에 서둘러 법적으로 집행이 규정된 예산외의 모든 예산을 10~20% 삭감하기로 한 보건복지부의 조치는 비록 장애인복지예산에 한정된 것이 아닐지라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거니와 정책에 대한 의지와 책임성을 실감하게 한다.
정부정책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정책당국이 예산을 이처럼 쉽게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과연 정책의 실행력을 믿고 따라줄 국민이 있겠는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이미 정책당국을 바라보는 장애계의 시각이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삭감 조치한데다 시각장애인의 생계를 도맡아온 안마사를 비장애인에게 개방 조치하려고 한 일련의 시도와 이로 인한 갈등, 장애수당 확대를 둘러싸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장애인차량에 대한 LPG지원제도의 폐지조치를 내렸던 사람들이란 불신감과 냉소로 채워지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장애인의 차량운행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시켜줌으로써 그들의 사회참여와 활동을 제약하는 상황요인(contextual factors)의 개선을 목적으로 도입된 LPG지원제도 폐지조치의 근거로 형평성문제나 장애수당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의 원천으로 내세웠으니 정책의 난맥상은 그만 두더라도 정책당국의 정책의지를 누가 믿겠는가. 기초연금법과 장기요양보장법의 적용대상에서 장애인이 배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차제에 이를 교훈으로 삼아 국민적 신뢰를 모을 수 있는 장애인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옮겨나가려는 정책당국의 성숙되고 인내하는 모습이 아쉬운 것이다.
재정규모 고려한 단계적·전략적 접근 부족
또한 예산을 뒷받침할 수 없다면 한정된 재원과 5년이란 시간적인 제약조건을 고려하여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할 우선이행과제라도 가려내거나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뒤따랐어야 했다. 이미 지적한 바 있거니와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가 “장애인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하여 재정규모 등을 고려하여 그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제2차 5개년 계획의 추진방향과 원칙에 그만큼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책으로서 그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외에도 교육인적자원부와 노동부,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를 통해 정책입안과정에 참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참여가 기획단계 뿐이었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는 이들 부처 사이에 소통과 협력의 부재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연한 접근
그나마 “권리에 기반한 장벽 없는 통합적 사회실현”에서 “장애인이 대등한 시민으로 참여하는 통합사회 실현”으로 최상위 목표가 변경된 것은 일부 부정적인 평가에도 정책의 유연한 접근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비정부부문에서 준비한 것일지라도 가령 “한국장애인10년 행동계획(안)”과 같은 장기계획안을 국가적 정책과제로 수용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장애계의 바람(desire)을 담아내는 별도의 장기계획을 준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 요청된다. 이로써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리거나 유연한 접근이 요구될 때 그 준거로 삼을 만한 보다 큰 그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전과 장애계 요구가 반영된 장기계획안 필요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제3차 5개년 계획과 같은 중장기발전계획이 장애인정책의 비전과 장애계의 요구, 더 나아가 이를 반영한 장기계획안에 따른 큰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것이라기보다 대통령 등 리더십의 변화에 피동적일 수밖에 없다. 비록 제1, 2차 5개년 계획이 UNESCAP의 “아·태 장애인10년 행동계획”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그 기간이 각각 대통령의 임기와 일치하고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을 제3차 5개년 계획을 기다리는 장애계와 현장은 기대심리와 걱정이 혼재돼 있지만 앞으로의 5년이 장애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컬럼
http://www.kodaf.or.kr/issue/issue.asp?v=col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