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넷
   

회원등록 ID/PW찾기

News
HOT menu

'경쟁' 없이 세계최고 경쟁력 키운 교육강국 핀란드
column,criticism
칼럼, 만평
작성자 특수교육
작성일 2008년 9월 12일 금요일
ㆍ추천: 0  ㆍ조회: 5128      
'경쟁' 없이 세계최고 경쟁력 키운 교육강국 핀란드
유럽의 문제아 핀란드 1부(추락)
 

 
 
 
유럽의 문제아 핀란드 2부(반전)
 

 
 
'경쟁' 없이 세계최고 경쟁력 키운 교육강국 핀란드
 -'핀란드 교육의 성공 -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학력으로' 분석

(새사연 / 최민선 / 2008-06-23)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엔 너무 아까워."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은 '교실 이데아'라는 파격적인 곡으로 또다시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6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던 즈음이었던, 지금으로부터 꼭 14년 전의 일이다.
오전 7시 반 0교시. 8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정규수업. 5시 반 보충 수업. 6시 반부터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 7차 교육과정을 넘어서 8차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2008년 현재, 일반 고등학생들의 일상이다. 진저리나게 반복되는 참혹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그런 면에서 '교실 이데아'는 길이 보전할 불후의 명곡임이 틀림없다.
▲ 후쿠다 세이지 | 2008.4.5 | 250쪽

이 책의 저자 후쿠타 세이지는 일본의 교육학 박사다. 경쟁과 서열화로 '입시지옥'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교육 열풍의 원조'라는 오명을 가진 일본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일본과 핀란드의 교육을 비교하며 일본 교육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최근 우리나라가 핀란드 교육을 주목하는 이유와 같다. 그 때문이다. 이 책이 유용한 이유는.

세계 최고의 학력국가 핀란드
핀란드는 OECD가 실시한 국제학력조사(PISA)에서 2000년대에 지속적으로 최상위 성적을 올려 세계 최고의 학력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나라다. 학업성취도 분석 결과, 핀란드는 높은 성취도와 더불어 학교 간 격차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을 모두 확보한 성공사례로 드러났다. 게다가 세계경제포럼에서 산정한 국가경쟁력 지수와 IMD의 세계경쟁력 연감에서도 핀란드는 연이어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시스템의 움직임과 경제적인 경쟁력ㆍ기술 혁신력 등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핀란드 교육시스템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한다. 책은 우선 크게 5장으로 구분된다. 1장에서는 여러 가지 통계자료와 실제 PISA 출제 문항을 통해 일본과 핀란드의 학력조사 결과의 차이와 그 원인을 짚어본다. 2장 <세계 제일을 이룬 비밀>에서는 핀란드 교육시스템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3장 <핀란드 아이들은 왜 공부하기를 좋아하는가>에서는 핀란드의 학습관과 그에 따른 학습이론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소개한다. 4장 <핀란드의 교육배경>에서는 슈르바 기초학교, 유반 프이스토 기초학교, 스트론베리 초등학교, 베사라 초등학교 등 구체적인 학교들을 예를 들어 '교육은 복지의 일환'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여준다. 5장 <세계 표준의 학력을 목표로>에서는 세계가 지향하는 학력의 본질과 어떤 학력을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변화된 산업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력을 익힐 수 있게 애쓰고 있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인간의 폭넓은 정신활동'을 포괄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교육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PISA는 이를 '각 개인이 적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혁신하고 창조하고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 해설한다. 지식을 익히는 데 한정됐던 전통적인 학력관을 부정하고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학교는 인재를 발굴하는 곳이라는 선별적 교육관을 버리지 못한 채 그야말로 '성공 비결'만을 찾으려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혼란이 올 수도 있다.
PISA 국제학력조사 결과 외에 저자가 핀란든 교육을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교육성과와 경제성장과의 깊은 연관성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저자는 통계 결과를 소개하면서도 어떤 면에서 그러한 연관성이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해설하지 않고 있다. 또한 16세까지의 의무교육기간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기에 대학이나 평생교육까지를 포함하는 전체 교육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또한 핀란드의 교육개혁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통시적으로 고찰하기보다 현재의 교육현실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교육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경쟁 없이도' 세계 최고의 학력을 유지하는 핀란드의 교육시스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곧, '경쟁 없이는' 학력 상승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우리 교육현실의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저자가 본 핀란드 교육시스템의 특징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1. "교육이라는 이름의 보트를 탄 아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물에 빠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89쪽)
첫째,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는 평등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7세부터 16세까지 학생들을 선별하지 않는 종합교육이 실시된다. 우열반과 진학/취업을 위한 학교로 나뉘어있던 분열형 학교 제도를 없애고 종합교육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사는 서로 다른 배경, 서로 다른 능력으로 서로 다른 진로를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에게 '지극히 개별화된 배움'의 기회를 준다.
유바스큐라 대학의 바리야르뷔 교수를 비롯한 교육학 연구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핀란드의 종합제학교가 터를 잡기 시작할 무렵의 1970년대와 1980년의 연구 자료를 봤을 때 '학습레벨 등이 서로 다른 이질적인 학생집단'은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는데 반해서 잘하는 학생들의 성적은 집단 편성 방법에 상관없이 똑같았다. 이는 PISA의 데이터와 같은 결과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평등 실현과 개별화 요구와의 미묘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교육 전문가로서 해야 할 일임을 일깨우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학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수업을 실시하기 위해 핀란드는 학급당 평균 학생수를 16명으로 유지해 학생 개개인이 소그룹 안에서 교사의 지도를 직접 받게 한다. 교사들에게는 수업 이외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담임을 맡은 교실이나 교과를 준비하는 준비실에 많은 자료를 비치해놓고 언제라도 아이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만큼 교사 개개인의 판단과 행동이 요구되는 것이다. 카라무진 초등학교의 경우, 책상의 배치부터가 교실마다 다르다. 교사가 가르치기 쉽도록, 학생 개개인에게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적절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책상을 배치하는 것이다.
9년제 기초학교, 3년제 고등학교 혹은 직업학교, 이후 대학교 혹은 고등직업전문학교와 평생교육 등 일련의 교육제도는 여러 방면으로 배움의 길이 열려있어서 언제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되어 있다. 예컨대 기초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대학 또는 고등직업전문학교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에 갈 수도 있지만 직업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직업학교에 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와 직업학교 중 어느 쪽이 좋다는 판단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는 학생 개개인이 어떻게 배우는가가 최우선이며 어느 지역의 어느 학교에 가도 차별없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직업학교에 진학한 사람이 도중에 보통과 학교로 진로를 바꾸거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 역시 마련돼 있다.
또 취직한 후에도 유급이나 휴직을 통해 공부할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핀란드는 본래 주 37시간 노동이기 때문에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언제든 충분하다. 결국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학교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철저히 제도화되어 있다.
이렇듯 핀란드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기반으로 '개별화된 학습'을 통해 수월성을 추구해가고 있다. 서열화 된 대학과 그로 인해 고교평준화 이후에도 학교 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열반과 0교시를 운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게다가 '수월성'을 얘기하면서도 입시 폐단인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소수 엘리트학교를 더 많이 육성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진정, 수월성을 보장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핀란드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2. "우열 방식이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53쪽)
둘째,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것을 교육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앞서 말했듯, 핀란드는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있으면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배울까'하는 부분은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장래는 스스로가 결정해간다.
가령, 스트론베리 초등학교의 경우 그룹별로 자신의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대략적인 방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생들은 매주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과제의 목표를 정한 뒤 도서관이나 인터넷을 뒤져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노트에 정리해가며 문제를 풀어간다. 이렇게 정리한 노트는 실제 수업에서 교과서를 대신해 교재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과 협동을 하기도 하고 교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꼭 책상머리에 붙어있을 필요도 없다. 때로는 소파에 앉아 사색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지식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사회적 구성주의' 원칙이 살아있는 수업이다.
유반 프이스토 기초학교에서 본 수업 풍경도 인상적이다. 수학 과목 수업시간에 뜨개질을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칠판에 수학과는 상관없는 문구를 써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 아이도 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뜨개질을 하는 아이는 집중이 잘 안 돼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중이고, 생각에 잠겨 있는 아이는 이전 수업의 의문을 해소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선생님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행동에 벌을 주지 않는다. 각자가 원해서 선택한 시간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학습 시간을 '즐겁게' 책임지는 것이다.
시험 점수는 통과 의례 중 부분적인 평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것으로 미래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평가'에 익숙한 아이들은 스스로 부족한 것을 찾아서 채운다. 교사 역시 절대평가로 평점을 내며, 이는 선별을 위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아이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평가다. 따라서 핀란드의 아이들은 당장의 평가보다 좀 더 장기적인 인생을 설계하면서 생활한다.
그런 핀란드인들이 '행복은 성적순'이라며 시험점수에 목을 매고 경쟁하는 우리의 왜곡된 교육열을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지난해 한국에 왔던 핀란드 교장협의회 회장 피터 존슨 역시 "경쟁은 학생을 바보로 만든다"며 교육에 시장 원리를 적용하려는 우리 교육을 비판하기도 했다.
3. "교사는 윗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조사를 당하는 일도 없고 정부 관료들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가르칠 자유가 보장된다. 게다가 주위로부터 높이 평가받으며 존경받고 있다." (145쪽)
셋째, 학교 교육이 최대의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교사를 전문가로서 신뢰하고 교사가 일하기 쉬운 직장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서 국가의 교육 관리 권한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교사 개개인에게 교육 권한을 이양했다. 국가는 어디까지나 교육 행위를 지원하는 입장이고 가르칠 내용과 해당 학년 배당이 커리큘럼으로 결정되면 이를 어떻게 구현하는가는 학교가 정하고, 어떻게 가르치는가는 전적으로 교사가 정한다.
교사의 질은 높다. 그리고 교사가 되는 길은 좁다. 교사직 희망자의 10%에 불과한 인원이 교육계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으며 채용되는 숫자는 훨씬 더 줄어든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석사학위가 필요하며 국가 차원에서 통일적인 교사 양성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현직에 들면 제도적인 개인별 교사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사의 근무 조건이나 연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교사의 전문성과 지도력을 신뢰하고 있고, 교사가 차별 없이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교사들도 자신들이 매긴 점수가 학생들의 일생을 따라다니기 때문에 사회에서 통용되는 레벨 안에서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사를 사회적으로 존경하기는커녕, 학생에게 조금만 잘못하면 학부모가 앞뒤 가리지 않고 학교에 항의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교육의 교육 관리 권한을 대부분 가지고 있으며, 이제 '교원평가제'를 통해 교사 역시 경쟁시켜 선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 양성 제도나 교사 연수, 근무 조건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믿고 실천하는 핀란드 교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4. "핀란드의 학교는 잘 못하는 아이들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지, 잘하는 아이들은 그냥 놔둬요. 글쎄 잘 하고 있으니까." (82쪽)
넷째, 교육받을 권리를 복지 정책으로 보장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수업료는 무료일 뿐 아니라 고등학교까지는 교재나 교구(노트, 연필 등의 학용품), 급식, 통학 요금 등 여러 방면의 학습 환경이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의 하숙비도 지원한다. 학력 향상을 제일의 목적으로 삼지 않고 아이들이 만족하는 충실한 학교생활을 주요 교육 과제로 삼고 있다.
지역에는 복지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있고 지자체의 지원 체제가 완비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는 이곳과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슈르바 기초학교의 예를 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교장, 부교장, 사회복지사, 상담교사, 학교 간호사, 특별지원교사로 구성된 6명의 '복지팀'이 함께 정보를 모으고 대책을 협의한다.
일시적으로 학습이 뒤쳐진 학생(핀란드 전체의 약 2할 정도)은 다른 교실이나 일반 수업 시간에 수업 보조를 하는 특별지원교사에게 보충교육을 받는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이 많은 경우 반 인원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학교도 있다. 이 수업을 수강하려면 부모나 본인이 신청을 해야 하고 부모가 신청을 한 경우는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 대체로 ADHA(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자폐증후가 있는 약 6%의 아이들은 '특별지원교육'을 받는데, 이 역시 통합 학급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특별지원교사는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와 훈련을 잘 받고 자격을 갖춘 사람이며 지자체에서 파견한다. 한편 핀란드 학교들은 아침 1교시에 morning activity를, 방과 후에는 afternoon activity를 실시한다. 여기서 보육의 역할과 함께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한 보충 교육도 행해진다.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이민자 가정 등의 아이들을 위해 저녁시간에도 대부분의 학교가 개방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조금씩 무상교육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GDP 대비 4.43%의 열악한 교육재정 탓에 초중등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지원비, 학교발전기금, 급식비, 특기적성교육활동비, 현장학습비 등을 학교에 내야 한다. 고등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등록금은 연 천만 원에 이르고 있다. 또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은 학교를 다닐 가치를 못 느낀다. 학부모 외에는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장애 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 이민자 가정에 대한 사회적 배려 역시 없다. 핀란드는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첫 발걸음은 교육복지 확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교육 기회의 평등'에서 '사회적 평등'까지
책을 통해 본 핀란드의 교육은 '기회의 평등'을 전제로 '학습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인 학습과 창의적 학습을 가능케 하는 '사회 구성주의적 학습' 개념을 실현하는 교육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든든하게 뿌리내린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평준화된 대학과 평생학습이 가능한 교육 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핀란드 사람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혹은 부모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몰지 않아도 된다. 어느 대학을 나오더라도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인식이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장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그에 따라 자유로이 학습하며 경쟁이나 시험점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자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라고 가르치는 우리 교육의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
PISA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업성취도 역시 상위 수준이다. 2003년 결과에 따르면 문제해결 능력 1위에, 수학적 소양 3위, 읽기 소양 2위, 과학적 소양 4위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핀란드와는 정반대로 경쟁을 위주로 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일관되어 있다. 핀란드가 경쟁 없이도 교육경쟁력, 학업성취도에서 최상위 수준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앞서 살펴본 핀란드의 교육제도와 교육환경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정치, 경제, 문화적 구조와 교육에 대한 국민의 인식 등을 면밀히 살펴볼 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해 매출이 정부 예산과 맞먹는 '노키아'라는 대기업이 국가경제의 상당수를 충당하는 경제시스템과 유럽의 전통적인 복지국가 이념을 지닌 핀란드. 그들의 교육제도를 우리나라에 단순히 끼워 맞춘다고 해서 우리 교육의 문제가 해소될 리 만무하다. 아니, 끼워 맞추기도 어렵다.
우리는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 입시경쟁 등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대입제도가 60년간 16번이나 바뀌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이는 경제ㆍ사회ㆍ문화의 총체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의 문제가 풀릴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식의 '성공 비결'을 찾아야 한다.
 

ⓒ 최민선 / 새사연 연구원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62971


       
  0
3590
FILE #1 .
FILE #2 .
FILE #3 .
FILE #4 .
FILE #5 .
FILE #6 .
FILE #7 .
FILE #8 .
FILE #9 .
FILE #10 .

   
번호 본문내용 작성일
37
장애를 넘어 야수처럼 질주하다
한겨레-푸르메재단 공동캠페인 <희망의 손을 잡아요- 우뚝 선 장애인>⑭ 세계 최고의 휠체어 스프린터 홍석만 선수  이제 출발선에 섰다.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허리를 가능한 한 깊숙이 숙여 휠체어와 한 몸이 되었다. 눈을 치켜뜨고 오직 트랙만을 바라본다. 있는 힘껏 숨을 들이 마신 순간, ‘탕..
2008/10/23
36
효과가 의심스러운 학습장애와 자폐증 치료법
효과가 의심스러운 학습장애와 자폐증 치료법 저자 : Stephen Barrett, M.D. 번역: 최 영 - 저자의 동의하에 번역한 것으로 번역문의 원문은 [건강과 과학 hs.or.kr ]에 실렸습니다 - 정신, 감정 그리고 인격 문제를 치료한다고 간판을 내건 많은 사람들이 효과가 의심스러운 시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6가지의 효..
2008/10/21
35
<말아톤> 그 후 4년
▲MBC <네버엔딩 스토리>(연출 김재영)/ 14일 오후 6시 50분 <화제의 인물 배형진> <말아톤> 그 후 4년 “형진이 다리는?” “백만불 짜리 다리.” “몸매는?” “끝내줘요.” 2005년, 한 청년의 순진무구한 표정과 어투로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전했던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네 살 ..
2008/10/21
34
다빈치, 갈릴레이, 아인슈타인, 에디슨…이들의 공통점
레오나르도 다빈치, 윈스턴 처칠, 찰스 다윈, 갈릴레오 갈릴레이, 루이스 파스퇴르, 오귀스트 로댕, 토마스 에디슨, 알버트 아인슈타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보기엔 역사상 뛰어난 업적을 거둔 천재나 위인들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하지만 이들 모두는 난독증을 겪었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
2008/10/21
33
[동물 Therapy]한국의 동물매개치료 과제와 전망
우리나라 동물매개치료의 몇 가지의 과제를 살펴보면 첫째는 반려동물 문화의 정립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수가 급증하고 있으나 동물관련 문화의식은 아직 미성숙 단계이다. 야생동물의 식용문제, 동물 학대 및 유기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을 정도다. 여기에다 동물 행동의 이해..
2008/10/04
32
'경쟁' 없이 세계최고 경쟁력 키운 교육강국 핀란드
유럽의 문제아 핀란드 1부(추락)         유럽의 문제아 핀란드 2부(반전)       '경쟁' 없이 세계최고 경쟁력 키운 교육강국 핀란드  -'핀란드 교육의 성공 -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학력으로' 분석 (새사연 / 최민선 / 2008-06-23)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
2008/09/12
31
닌텐도 DS의 특수교육적 활용[1] - 안력 트레이닝, 시지각 운동의 훈련
김성남님은 [Special Education in the Digital Age] 이글루에서 특수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으로 블로깅 하시는 김성남님 이십니다. 김성남님은 박사 과정에 있으며 특수 교육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04년 현재)     닌텐도 DS의 특수교육적 활용[1] - 안력 트레이닝, 시지각 운동의 훈련 [게임 소개]안력 트레이닝..
2008/07/04
30
[미국] 특수교육정책의 현황과 문제
집필자명 : 곽재석(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한국교육개발원교육정책포럼 탑재일자: 2003.12.04 미국의 장애아동교육법(Education for All Handicapped Children Act)이 제정된 1975년 이전에 만족할 만한 특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당시는 장애 아동의 절반 이상이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했으며, 약 1백만의..
2008/06/24
29
[프랑스]장애아 교육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
- 일반 교육과 특수 교육 사이의 통합 교육을 위한 제도-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있어 자녀의 교육의 문제는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 일 것이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녀가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반 학교에 보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느라 지극한 정성..
2008/06/24
28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국내 장애인교육 관련 법제도 개선
정동영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교육권’이라는 용어는 ‘권리로서의 교육’을 나타내는 용어로서 태어나면서부터 학습을 통하여 인격을 형성하고, 성장 · 발달할 개인의 권리나 권한을 의미한다. 개인의 주체적인 인격의 형성 내지 성장 · 발달할 권리인 교육권은 장애인의 경우에도 실현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
2008/06/21
1234567


since 2000 알자넷은 Internet Explorer 10 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이메일 edupontcom@gmail.com
본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위반 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