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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애인 작업장 '클라라 베이커리'
column,criticism
칼럼, 만평
작성자 알자넷
작성일 2007년 10월 6일 토요일
ㆍ추천: 0  ㆍ조회: 3071      
일본 장애인 작업장 '클라라 베이커리'

  일본 고베 시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빵집 <클라라 베이커리>에서는 종류에 관계 없이 모든 빵을 110엔에 팔고 있다. 회계를 맡고 있는 중복장애인(신체 및 지적장애) 고니시 도오루가 쉽게 계산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에 사람을 맞추지 않고, 사람에 일을 맞춘다.
  
  빵 종류도, 가게를 찾는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빵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일만 담당하는 사람이 세 사람이다.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일을 맞춘다.
  

  

  클라라 베이커리의 경영자 이시쿠라 다이조 씨의 생각은 이렇다. "작업이라는 것, 영어로 하면 work일텐데, 장애인 작업장에서의 work를 생산활동이라고만 파악하면 안된다. 걸어 다니는 것이나 먹는 것은 물론 사람에 따라선 심지어 숨쉬는 것도 work인 경우가 있다."
  
  '일'은 함께 살아가는 활동이다
  
  이 말은 클라라 베이커리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증장애인 5명이 일하고 있는 이 빵집에서 일을 나누고 작업을 하는 방식은 생산 활동이라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활동에 가깝다.
  
  처음부터 역할을 정한 것은 아니고, 근무하면서 자연스레 분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시쿠라 씨까지 3명이 빵을 만들고, 나머지 장애인 3명이 매장에서 진열과 계산 등을 맡고 있다.
  
  저마다 할 수 있는 몫이 있고, 그 몫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다. 숨 쉬고 잠 자는 것도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람과 일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는 뜻이 아닐까.
  
  클라라 베이커리의 빵은 크기가 들쭉날쭉하다. 인기 캐릭터 '호빵맨'의 얼굴 모양을 한 호빵맨 빵의 모양도 삐뚤 빼뚤 제 각각이다.
  
  클라라 베이커리의 주 거래선은 근처에 있는 어린이 집인데, 다행히 아이들은 "이런 호빵맨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만들어진 빵의 80%는 어린이 집과 구청 등에서 사가고, 20%는 이웃 주민들이 매장에 들러 구입한다. 오후가 되어도 팔리지 않는 빵은 단골 고객들에 전화를 걸어 구매를 부탁하기도 한다.
  

  여기는 일하는 장애인이 받는 임금은 장애연금과 수당을 합해 월 2만3천엔. 장애인 5명과 작업지도원 1명의 인건비가 연 600만엔(약 4500만원)으로 정부 지원금 570만 엔은 모두 인건비로 나간다.
  
  클라라 베이커리의 한 달 매출은 평균 60만 엔으로 빵을 만드는 작업장과 그룹 홈을 운영하기에는 빠듯하다. 별도의 후원 조직을 꾸리지 못해 어려울 때면 그때 그때 지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한다.
  

  아이들의 배움터가 된 빵집
  
  이시쿠라 씨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역 속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클라라 베이커리 직원들은 근처의 학교에 자주 출장 요리를 나간다. 어린이들이 클라라 베이커리의 장애인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며 빵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동 휠체어를 탄 야마무라 쇼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어린이는 그를 가리켜"휠체어 탄 사람"이라고 불렀다. 만남이 거듭되자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입에서 "야마무라 오빠는…"이라는 말이 나왔다. 야마무라를 찾아와 짝사랑 상담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시쿠라 씨는 이 변화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우리가 대단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하나의 배움터가 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딸을 통해 세상에 눈 뜨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이시쿠라 씨가 클라라 베이커리를 만들어 장애인 운동, 지역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시쿠라 씨의 딸이 선천적 장애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눈을 뜨게 했다. 장애를 갖고 있는 딸에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던 그는 클라라 베이커리를 만들고 그룹홈을 운영하는 활동가가 되었다.
  
  1969년 시작된 '고베 심신장애인의 형제자매 가족회' 모임에서 서로 고민을 나누고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것이 클라라 베이커리의 모태가 됐다.
  
  클라라 베이커리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95년 4월. 바로 이듬해인 1996년에 고베 대지진이 일어나 빵집은 잿더미로 변했다.
  
  문을 열자마자 고베 지진을 만난 이시쿠라 씨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함께 일하던 장애인이 찾아와 "다시 빵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시쿠라 씨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다시 모인 클라라 베이커리 식구들은 빵을 구워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지금의 클라라 베이커리는 지진 의연금과 대출, 모금 운동을 통해 다시 일궈낸 일터다. 만들고 키워오는 과정의 어려움이 누구의 눈에나 확연한데도 이시쿠라 씨는 "그 동안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별의 아쉬움을 극복한 자신감…스스로 일하는 법 터득한 장애인
  
  최근 클라라 베이커리에는 '경사'가 있었다. 함께 일하던 장애인 중 한 사람이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했다는 것. 가족 이상으로 가까웠기에 이별의 아쉬움보다는 당당하게 취업한 그를 보내는 기쁨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숙련된 사람이 빠져 나갔기 때문에 클라라 베이커리엔 일시에 큰 공백이 생겨버렸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장애인들이라 과연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클라라 베이커리의 멤버들은 이시쿠라 씨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안겨줬다. 일을 할 때도 정해진 영역에 집착하는 지적 장애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시쿠라 씨는 "10년이 넘도록 함께 일하다 보니 이제는 빵이 팔리지 않고 남으면 (지적장애인도) 그런 상황을 걱정한다"며 밝게 웃었다. 어울려 일하고 더불어 걱정을 나누는 기쁨이 그의 웃음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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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영/푸르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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