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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 행복촌
column,criticism
칼럼, 만평
작성자 알자넷
작성일 2007년 10월 6일 토요일
ㆍ추천: 0  ㆍ조회: 2997      
일본 고베 행복촌
"장애인에 좋은 게 비장애인에게도 좋다"
 
 
['장애가 덜 불편한 사회'를 찾아서] <5> 일본 고베 행복촌
일본 고베 키타구에 자리잡은 행복촌. 재활병원 등 장애인 시설과 온천 등 일반 휴양시설이 한데 모인 곳이다. 이곳을 찾은 우리 일행의 안내를 맡은 고사카 씨는 어눌하지만 한국말을 곧잘 하는 편이었다.
  
  고베 시로부터 행복촌 운영을 위탁 받은 고베시민복지진흥협회 소속의 고사카 사업계장이 하는 한국말은 "안녕하세요?" , "감사합니다."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다. 50대로 보이는 그가 뒤늦게 한국말 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사카 씨는 "한국에서 워낙 많은 분들이 오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사카 쪽 사회복지 연수 프로그램에서 고베 행복촌은 단골 메뉴다. 종합복지타운의 성공적인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국 사회복지 실무자들과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베시민복지진흥협회에선 한국말로 제작된 소개 비디오까지 준비해 두고 있다. 올해 1월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행복촌을 다녀 갔고, 화성 시장도 이곳을 견학했다고 한다.
  

  유시민 전 장관은 행복촌에 대해 어떤 의견을 보였을까. 행복촌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시의 재원으로 세운 것이기 때문에 장관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고사카 씨는 자신이 그 때 응대하지 않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고만 답했다.
  
  유시민 장관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한국인 방문자들의 감상도 역시 궁금했다. 그들은 행복촌에서 무엇을 봤을까, 그렇게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는데 한국에선 무엇이 바뀌었을까.
  
  30년 만에 이룬 꿈
  
  행복촌을 얘기하면서 미야자키 타즈오 전 고베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미야자키 시장 한 사람의 굳은 의지가 행복촌을 이뤄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955년 부시장으로 북유럽을 시찰하면서 행복촌을 구상했다고 하니 1987년 문을 열 때까지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1987년 이후 순차적으로 여러 가지 시설물을 세워 나가며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지난 2001년. 투입된 총 사업비는 약 400억엔(약 3000억 원)이다. 미야자키 시장의 정치적 경력은 어떤지 모르지만 행복촌 이라는 성과물을 보면 의지와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 없다.
  
  미야자키 시장이 재직할 당시 고베 시는 '주식회사 고베'로 불렸다고 한다. 마침 그의 재임 기간이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일치해 미야자키 시장은 매립지 개발 등 수많은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지자체가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개발로 인한 수익을 복지 쪽에 과감히 투자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도시공원과 복지시설이 결합된 행복촌의 규모는 총 205헥타르. 유명한 일본 고시엔 야구장의 5배라고 한다. 복지 및 의료시설과 휴양, 레포츠 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 행복촌 측에서는 이를 한 마디로 '교류의 장소'라고 표현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고령자도, 일반 시민도 같은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이념을 구체화한 곳"이라는 것. 행복촌 전체에서 복지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46.1ha로 22.5%이고 나머지 77.5%는 도시공원이다.
  
  도시공원과 복지시설의 결합
  
  행복촌은 고베 시내에서 불과 7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버스를 타고 20~30분이면 도착한다. 그러면서도 아늑한 산 속에 자리잡고 있어 도심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연수와 레포츠, 휴식을 위한 시설이 결합돼 있기 때문에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들도 신입사원 연수를 이 곳에서 하고 있다고 한다.
  
  행복촌은 전체가 잘 가꿔진 숲이다. 일본식 정원, 과수원과 약초원, 잔디광장 등에서 한가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수영장과 테니스장, 양궁장은 물론 골프장과 승마장까지 있어 활동파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야외 바비큐로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행복촌의 온천은 수질이 좋기로 유명해 온천욕 만을 위해 행복촌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행복촌의 숙박관(본관) 규모는 약 150명 정도. 시설은 일본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호텔보다 훨씬 넓고 좋은 편이다. 게다가 숙박비는 20% 정도 저렴하다. 춥지 않은 계절이라면 4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캠프를 이용할 수도 있다. 1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 캠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해마다 200만 명이 찾는 이 같은 도시 공원형 시설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10억엔. 행복촌의 유지비용 20억엔 가운데 절반을 숙박 및 레포츠 시설에서 얻고 있다. 나머지 10억엔은 시에서 매년 지원한다. 그나마 행복촌의 경우 95%가 시유지였기 때문에 부지매입 비용은 별도로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운영비 적자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복지시설은 모두 10곳이 들어서 있다. 신체장애자 공동작업시설 '명우'와 지적장애자 작업시설 '녹우'를 비롯해 노인성치매환자 전문시설 '미나도가와 병원', 회복기 장애환자를 위한 '고베 사회복귀병원' 등이 그것이다. 시설의 입지 환경은 나무랄 데가 없다.
  
  우리가 찾은 몇몇 장애인 작업장에서도 행복촌에 들어와 있어 가장 좋은 점은 "훌륭한 자연환경"이라고 꼽았다. 잘 조성된 녹지에 널찍널찍 여유 있게 들어선 복지시설은 그 자체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장애인 시설과 고령자 시설의 결합도 인상적이다. 장애인 문제와 노인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신체적, 정신적 약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보편적 디자인'의 원칙…행복촌 자판기가 더 편리한 이유
  
  이 공통분모 위에 서 있는 것이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원칙이다. 이전의 무(無) 장벽(barrier free) 보다 한 단계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장벽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감안하고 배려하자는 것이 무 장벽 논의라면 보편적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에게 편안한 것이 비장애인 혹은 젊은이들에게도 편리하다는 깨달음이 전제가 된다.
  

  일본의 행복촌에서 처음 본 자동판매기에서 보편적 디자인의 편리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선 동전을 넣는 틈이 일반 자판기보다 훨씬 넓다. 시력이 나쁘거나 손이 떨리는 사람도(장애인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겪는 증상이다) 실수하지 않고 쉽게 동전을 넣을 수 있다.
  
  음료수가 나오는 위치는 일반 자판기보다 훨씬 높다. 휠체어 장애인이 쉽게 음료수를 집어들 수 있는 높이다. 당연히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하다. 쪼그리고 앉아 음료를 꺼내는 수고가 말끔히 사라진다. 출발선상에서 약자를 품어 넣고 생각하는 것이 별도의 비용이나 부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 아닌) 운 좋은 이들에게도 혜택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 없는 지리적 '결합'의 한계
  

  그러나 보편적 디자인만으로 세상 곳곳에 그어진 분리선 들을 지워버리기엔 역부족이다. 교류의 장소가 되고자 한 행복촌 에서도 아쉬운 한계가 보인다.
  
  어울림의 공간은 단순한 장소의 결합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촌의 넓은 부지와 잘 조성된 숲 덕분에 레포츠시설을 찾은 사람들의 눈에 복지시설은, 그리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잘 띄지 않는다.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는 한 장애인 시설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할 수 없을 정도다.
  
  행복촌의 복지시설과 레포츠시설은 사실상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도 섞이지 않는다. 이 곳에 있는 일부 장애인들이 행복촌의 다른 시설에서 일을 하기는 한다. 숙박관의 자동판매기 관리, 시트 교환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그것을 진정한 결합 혹은 교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행복촌의 전경은 참 아름답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장애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아름다운 공간 어딘가에 묻혀져 있어 존재감을 느끼기 어렵다. 분명히 행복촌의 규모와 시설은 부럽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곳을 찾고 배우고 꿈꿀 만 하다. 공간 공유만 해도 아직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단계다.
  
  하지만 지리적 결합이 곧바로 어울림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행복촌은 또한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출처 :  ☞ 푸르메재단 바로가기
   
 
  전미영/푸르메 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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